[K바이오 뉴프런티어 (23)] 듀셀 "인공혈소판 대량생산 세계 첫 도전…글로벌 인공혈액 시장 선점하겠다"
- dewcellbio
- 6일 전
- 5분 분량
이민우 대표 인터뷰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인공 혈소판 생산
미국, 일본 경쟁사보다 상용화 속도 빨라
대량생산 시스템 특허 출원...플랜트 수출 기대
조만간 세계 최초로 50L급 대량생산에 도전
수혈용 인공혈소판, 2017년 임상 돌입 계획
치료용 파이프라인 임상도 준비 중
첨단바이오소재로도 개발...내년 본격 매출 기대

"인공 혈소판 기술로 인류가 직면한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몫하겠습니다."
이민우 듀셀 대표는 최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설립 4년차인 듀셀은 국내 유일의 인공 혈소판 개발 기업이다. 일본 메가케리온, 미국 스텔루라바이오 등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상업화 속도는 더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팬데믹 혈액부족 사태에 창업 결심
이 대표는 신약 개발의 전주기를 경험한 이력을 갖고 있다. 녹십자, 한독,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등 국내 굴지의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거치면서 신약 개발 관련한 거의 모든 업무를 맡았다. 흔치 않은 이력이다.
경희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녹십자 종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10년을 근무하며 약동학 관련 업무를 맡았다. 항체, 백신, 재조합단백질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신약 개발 경험을 쌓았다. 이 대표는 "퇴행성 뇌질환, 대사성 질환 등의 치료제 개뱔 연구를 주로 했다"며 "혈액제제 사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혈액 대체제는 왜 나오지 않는걸까 하는 안타까움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한독으로 옮겨서는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담당했다. 한독이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등 바이오텍에 투자하던 시점이다. PAN-Trk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 단계에까지 올려놓았다. 그런 뒤에 이 대표는 뇌질환과 항암 신약 개발사인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곳에서는 연구소와 프로젝트 관리를 했고, 기획전략실을 신설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혈액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문헌 등을 뒤져보면서 인공혈액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신약 개발 전주기를 경험하면서 나만의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녹십자 근무 시절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개발을 위해 손발을 맞췄던 김치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2021년 10월 듀셀을 설립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녹십자, 하플사이언스 등을 거친 김 CTO는 약물 발굴부터 GMP 생산시설 관리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듀셀(Dewcell)은 물의 최소 단위인 이슬(Dew)과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Cell)를 합친 이름이다. 이 대표는 "이슬이 모여 강과 바다를 이루고, 세포가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듯 임직원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노력들이 모여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자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줄기세포로 인공 혈소판 만든다
듀셀은 창업 초기부터 줄기세포를 활용한 인공혈액 개발이라는 한 길을 걷고 있다. 회사 설립 후 6개월 동안 10여종의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혈소판을 만드는 연구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분화시켜 인공 혈소판을 생산하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인류가 헌혈을 통한 혈액 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 중인 인공혈액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인공 적혈구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 혈소판이다. 적혈구는 A, B, O 혈액형이 반드시 맞아야 하는데다 지금까지 개발된 혈색소 기반 적혈구 대체재는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어서 상용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반면 혈소판은 혈액형이나 인종 차이에 따른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대표는 "혈소판은 동종 투여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듀셀이 인공 혈소판에 도전한 또다른 배경은 혈소판이 가진 기능 때문이다. 혈소판은 혈액을 응고시켜 지혈하는 작용을 한다. 게다가 조직재생 기능도 있다. 상처 때문에 피가 난 자리에 새살이 돋는 것은 혈소판이 모여서 조직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인공 혈소판 시장의 전망도 밝다. 헌혈 혈액에서 얻고 있는 혈소판의 수급 불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다.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인한 헌혈 인구의 감소 탓이다. 마약이나 감염 등으로 인한 수혈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인공혈액 연구가 활발하다.
"양산 공정기술 확보…글로벌 생산거점 구축"
듀셀이 보유한 인공 혈소판 생산 플랫폼은 'en-aPLT'다. 인공 혈소판 생산단계는 모두 5단계다. 첫째는 혈액에서 추출한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iPSC를 만든다. iPSC는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도록 유도한 세포다.
다음은 iPSC를 조혈모세포로 분화하는 단계다. 그런 뒤 거핵전구세포(MKP)로 다시 분화시킨다. 네번째 단계는 거핵전구세포를 증식시킨 뒤 거핵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이다. 거핵세포는 혈소판을 만드는 전구세포다. 마지막 다섯번째 단계는 거핵세포를 배양기에 넣어 혈소판을 대량생산하는 단계다. 듀셀은 거핵전구세포를 셀뱅크로 만들어 양산 때에는 네번째와 다섯번째 단계만 반복해서 생산을 하게 된다. 이 두 단계는 대략 9일이 소요된다.
이 대표는 "인공 혈소판이 만들어지기까지 전체 기간은 21일이 걸린다"며 "en-aPLT 플랫폼이 가동되면 중간단계에서 셀뱅크를 만들어 9일 만에 인공 혈소판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리 확보한 거핵전구세포를 증식하고 분화시켜 인공 혈소판을 대량생산하는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듀셀은 en-aPLT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한 상태다. 이 대표는 "인공 혈소판 생산수율을 개선하는 배양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최근 출원했다"며 "관련 특허가 나오면 플랜트 수출을 추진해 전 세계에 생산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듀셀은 en-aPLT 플랫폼으로 생산한 인공 혈소판이 실제 인간 혈소판과 동등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구조체 분석을 통해 혈액 유래 혈소판의 세포 내 구조체와 동일하게 핵이 없고, 각종 성장인자 보관창고인 알파 그래뉼과 덴스 그래뉼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혈액 유래 혈소판에 존재하는 CD41a, CD61 같은 바이오마커들이 인공 혈소판에도 존재한다"며 "혈액 유래 혈소판과 우리가 만든 인공 혈소판이 거의 동일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듀셀의 인공 혈소판은 보관·유통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일반 혈소판은 상온에서 5~8일 정도 보관·유통할 수 있다. 반면 듀셀의 인공 혈소판은 10일까지 가능하다. 이 대표는 "보관·유통 기한을 1개월까지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50L급 대량 배양, 세계 최초 도전"
듀셀은 인공 혈소판 생산시스템의 스케일 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월 26L의 인공 혈소판 생산능력을 보유한 이 회사는 독일 사토리우스로부터 50L 배양기를 조만간 추가로 들여온다. 이 대표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첫 배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품질관리와 생산 수율을 확보한 뒤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듀셀은 인공 혈소판 배양 규모면에서 초격차 선두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 미국 등에서는 월 10L급 배양기를 사용 중이다. 50L급 인공 혈소판 배양은 듀셀이 세계 최초로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듀셀은 정부 국책과제에도 참여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이 참여하는 세포 기반 인공혈액 개발사업단에서 인공 혈소판 개발 과제를 단독으로 맡았다. 연구개발비 59억원 규모의 이 사업단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운영된다. 이 대표는 "세포 기반 인공 혈소판의 대량생산 공정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수혈용 혈소판 임상 조기 진입 목표"
듀셀은 en-aPLT를 기반으로 수혈용 인공 혈소판(DCB-101), 치료용 인공 혈소판(DCB-103), 첨단바이오소재(DCB-301) 등 3가지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듀셀은 DCB-101 개발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응급환자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용도다. 이 대표는 "국내서는 혈액이 전량 헌혈로 조달되기 때문에 혈소판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수혈 환자에게 사용할 인공 혈소판을 공급해 기술을 입증하려고 한다"고 했다.
듀셀은 내년 중 식약처에 DCB-101의 임상 1상 계획을 제출하고 2027년께 임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 임상이 진행될 경우 2028년께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마우스 실험에서 인공 혈소판이 혈액 유래 혈소판과 엇비슷한 지혈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며 "임상 1상 단계에서 DCB-101의 기술수출을 추진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듀셀은 DCB-101의 용도를 출혈 예방 목적의 수혈로 넓혀갈 계획이다.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의 경우 혈소판이 부족해지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DCB-103은 골관절염이 적응증이다. 듀셀은 골관절염 동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항염증 효과는 물론 연골조직 손상 부위에서 조직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2027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이 대표는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나 화상 환자 치료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듀셀은 인공혈소판 용해물인 DCB-301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세포 먹이로 쓰이는 혈소판 용해물은 지금까지 인간 혈액에 유래한 제품들이 주류다. 폐기된 혈액에 있는 성장인자를 세포의 영양분으로 활용하는 것이어서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에게 병원성이 옮기는 감염 위험도 있다. 이 대표는 "인공 혈소판은 품질 관리가 가능한데다 무균이어서 감염 위험이 없다"고 했다.
듀셀은 내년부터 DCB-301의 수출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5월 독일 PL바이오사이언스와 200만 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고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듀셀은 지난 5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PL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인공 혈소판 용해물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연구용으로는 지금도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며 "GMP 시설을 갖춘 뒤에 임상용 제품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DCB-301은 현재 상용화된 혈액 유래 혈소판 용해물, 소태아혈청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는 "3분의 1 용량으로도 혈액 유래 혈소판 용해물, 소태아혈청에 비해 동등 수준 이상의 세포 성장 촉진능을 갖고 있다"며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고품질의 혈소판 용해물"이라고 했다.
"2028년 매출 100억 돌파…IPO도 추진"
듀셀은 내년부터 매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30억원, 2027년 60억~70억원, 2028년 100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윤리적 문제가 거론되는 소태아혈청을 대체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혈소판 용해물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소태아혈청 세계 시장은 연간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만 600억원 규모다.
이 대표는 "소태아혈청은 소의 태아에서 추출하는 것이어서 동물단체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며 "미국 유럽 등에선 3~4년 전부터 세포치료제에 소태아혈청을 쓰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듀셀은 2028년께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2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듀셀은 현재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자금이 확보되면 인공 혈소판 대량 생산시설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 소재 생산시설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국가전략자산인 인공혈액 상용화에 성공해 환자는 물론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