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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혈액 시대 열리나, 인공적혈구 사람에 첫 수혈



영국에서 사상 최초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적혈구(red blood cell)를 사람에게 수혈하는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줄기세포로 만든 혈소판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같은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혈액이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면 만성적인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공혈액은 수명이 더 길어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에서 인공 적혈구 첫 수혈

영국 국민건강보험 혈액장기이식센터(NHSBT)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실험실에서 배양한 혈액을 건강한 사람 두 명에게 이식했다”고 밝혔다. 혈액은 액체 성분인 혈장과 붉은색을 띠는 적혈구, 면역세포인 백혈구, 상처가 났을 때 혈액 응고를 유발하는 혈소판으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이중 적혈구를 인공 배양해 이식했다.

적혈구는 양쪽이 오목한 원형 세포이다. 핵이 없고 대신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이 가득 차 있다. 적혈구가 붉은색을 띠는 것도 헤모글로빈에 있는 철 이온이 산소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철이 녹슬면 붉은색을 띠는 것과 같다.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이상이 생기면 낫형적혈구빈혈이나 지중해빈혈 같은 희소 혈액질환이 발생한다.


혈액장기이식센터는 영국 브리스톨대, 케임브리지대 등과 함께 실험실에서 적혈구를 인공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건강한 사람에서 470밀리리터(ml)의 혈액을 기증받았다. 연구진은 줄기세포와 잘 결합하는 단백질이 붙어 있는 자성 입자로 혈액에서 나중에 적혈구로 분화될 줄기세포를 골라냈다.

줄기세포는 배양액에서 18~21일 배양했다. 처음 줄기세포는 50만개 정도였지만 배양후 500억개의 적혈구로 늘어났다. 연구진은 이중 이식에 적합한 150억개를 골라냈다. 최종적으로 건강한 자원자 2명에게 각각 찻숟가락 한두술 정도인 5~10ml를 수혈했다.

빈혈 환자의 수혈 빈도 줄일 듯

임상시험 공동책임자인 브리스톨대의 애슐리 토이 교수는 “도전적이고도 놀라운 이번 임상시험은 줄기세포로 혈액을 생산할 커다란 발판을 마련했다”며 “임상시험이 끝나면 기증받은 혈액으로 만든 적혈구가 다른 사람 몸에서도 기능을 잘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총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절반은 인공 적혈구를 수혈받고 나머지는 이전처럼 일반 적혈구를 수혈한다. 연구진은 인공 적혈구에 방사성 염료를 붙여 몸에서 언제 배출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연구진이 혈액 줄기세포로 적혈구를 배양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NHSBT

영국 혈액장기이식센터의 수혈 부문 의학책임자인 파루크 샤 박사는 “이번에 진행한 세계 최초의 연구는 낫형적혈구빈혈 같은 혈액질환을 앓는 환자가 안전하게 수혈받을 적혈구를 대량생산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적혈구는 수명이 120일 정도이다. 하지만 기존에 환자에게 수혈하는 혈액은 젊은 적혈구와 나이든 적혈구가 섞여 있어 그보다 수명이 짧았다. 이 때문에 낫혈적혈구빈혈이나 지중해빈혈 환자는 4~6주마다 병원을 찾아 수혈 받아야 한다. 젊은 세포로만 구성된 인공 적혈구는 수명이 길어 환자가 병원을 찾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물론 인공혈액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인공혈액 배양비용을 줄여야 한다. 또 헌혈로 환자에 수혈할 혈액을 충당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인공혈액을 만들 줄기세포를 확보하기도 만만치 않다.


일본, 한국은 인공 혈소판 개발 중

일본은 기증 받은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얻지 않고 다 자란 일반 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꾸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른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성인의 피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역분화를 유도해 수정란에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원시세포로 만들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 또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들어 면역 거부 반응도 차단할 수 있다. 신야 교수는 유도민능줄기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신야 교수가 있는 교토대에서 창업한 메가카리온(MegaKaryon)은 지난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혈소판을 만들어 환자에 투여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일본 메가카리온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혈소판(녹색)이 생쥐의 혈관에서 혈액 흐름을 차단하는 모습./MegaKaryon

국내에서도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인공혈액을 만들고 있다. 이민우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인공혈소판 개발 1단계인 줄기세포 선정 단계를 마치고 2025년 임상시험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조혈모세포로 분화시키고 여기서 혈소판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 혈소판이 대량생산되면 만성적인 혈소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민우 대표는 “국내 혈소판 보유 현황은 적십자가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지금도 이틀 치도 없을 정도”라며 “인공 혈소판으로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혈소판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정부도 인공혈액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3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를 열고 2030년대 수혈용 인공혈액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로 헌혈에 의존한 현행 혈액 공급 체계로는 의료현장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수혈사고 같은 불안 요인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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